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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건 다 해보자 - 흑염소 키우는 김학덕씨
관리자 | 2018-08-28 16:17:54 | 1264

농협을 다니다가 퇴직을 2년 앞두고 김학덕 씨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새로운 인생의 시작점에 서야 한다는 것은 다시 20대의 심장처럼 두근거리는 설렘을 경험하는 일이다. 김학덕 씨는 고향이 생각났다. 어릴 적 키우던 소, 닭, 개가 떠올랐고, 신나게 뛰놀던 푸른 들판이 그리워졌다.  그래, 그때처럼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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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김학덕 씨는 퇴직을 2년 앞두고 임실 지역 이곳저곳을 다니며 터를 이룰 곳을 찾았다. 그러던 중 이곳 청웅면 옥석 초등학교 폐교 자리 2천 평을 매입했다. 폐교가 된 지 15년 정도 되어서 폐허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이 땅은 밭으로도 안 되고 논으로도 안 되고 건물 활용도 안 되는 곳이라 아무도 안 사는 땅이었어요 .” 


그런 땅을 목표 작물도 없이 무작정 사놓고 귀농을 시작했다. 보통은 무엇을 심을지, 무엇을 키울지 목표를 정해놓고 귀농하기 마련인데, 그는 일단 땅부터 사고 가축들을 하나둘 키우고 여러 농작물과 유실수를 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 15마리, 닭 600마리, 개 30마리 등 돼지만 빼고 거의 다 키웠다. 운동장 자리에는 고추를 800포기 심었는데 15일 동안 비가 오고 나서 다 곰팡이가 피었다. 


“방안에 불을 피워놓고 말리고, 전주 집에 가져가서 말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 해봤지만 겉은 말라도 안에 하얀 곰팡이가 피어서 그 아까운 걸 다 버렸어요 .” 


고추는 건조기가 없으면 안 된다는 걸 온몸으로 체험한 일이었다. 그리고 운동장 한쪽에 소나무도 심고 뽕나무도 심고 해보고 싶은 건 다 했다. 


“안 심어본 게 없어요.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서 내가 키워 본 가축들, 심어 본 나무들, 생각나는 대로 10년 동안 거의 다 해본 것 같아요 .” 


그렇게 이것저것 하다 보니 늘 바쁘게 일은 하는데 결실이 없었다. 그러던 중 


“2013년에 정부가 건물 위에 태양광을 세우면 1.5배 가점을 준다고 해서 가축들을 키우던 축사 위에 태양광을 설치했어요 . 그러고 소를 키우다 보니 이렇게 하는 게 아니구나 싶어 한 번에 15마리를 모두 팔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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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염소를 키우기 시작한 지는 6년 정도 됐는데 정말로 신바람이 난 건 3년 전부터라고 한다. 3년 전 임실군에 흑염소연구회를 설립해서 회장직을 맡고 있는데 흑염소에 대한 정보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한 마리에 얼만지, 어디다 내다 팔아야 하는지 주먹구구식의 판매처 연결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체계적인 시스템의 필요성을 깨닫고, 100여 명의 회원과 유통부터 출하까지 체계를 만들었다. 그때부터는 제대로 키우고 함께 출하하면서 이 일에 더 재미가 생겼다. 


“그때부터는 개량하고 출하하는 일에 대한 고민이 없어졌어요. 염소는 출하하기 3개월 전에 거세하거든요 . 거세해야 냄새가 안 나요. 그런 것도 축협에서 다 도와줘요 .” 


흑염소연구회가 설립된 이후 흑염소 농가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소비처의 수요가 증가해야 한다고 느끼고 식당을 늘리기 시작했다. 청웅에 1호점을 시작으로 신평, 오수, 관촌에 이어 올해 6월, 터미널 앞 건물 2층에 5호점을 오픈했다. 


“우리 연구회가 흑염소 식당을 후원하는 거죠. 오픈하면 홍보도 해주고, 현판식도 하고, 흑염소 2마리씩 잡아다가 무료시식에 도움을 주는 거죠 .”


혼자만 잘사는 각박한 세상이 아닌 서로 도와 모두가 잘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것도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사는 임실이 되도록 애쓰는 김학덕 씨 얼굴에 연신 웃음꽃이 피어난다. 그는 어느 날 TV에서 돼지고기, 소고기와 함께 염소고기의 효능을 비교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키우는 본인이 먼저 먹어보겠다고 생각하고 하루 3끼를 탕을 끓여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한 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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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먹어도 소화가 잘되고 부담이 없어서 고기를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고, 점심에도 먹고, 저녁에 또 먹어도 질리지 않더라고요 .” 


알칼리성 식품으로 체질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기력 회복 등 흑염소의 효능이 많은 소비자들의 건강을 증진시킨다는데 큰  자부심을 갖고 지칠 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그는 매일 아침 8~9시부터 나가서 염소들 한 마리 한 마리 돌아보고 아픈 곳은 없는지 살피고, 건초 주고, 물주고, 축사 둘러보고 청소하고 나면 2시간 이상이 훌쩍 지나간다. 60평 규모 축사가 6동인데, 직접 배워서 용접하고, 자르고, 박고, 혼자 다 하다 보니 염소 먹이통은 아직 절반도 못 만들었다. 시골 일은 삼시 세끼 밥 차려 먹는 일과 닮았다. 특별하게 보이는 건 없지만 늘 일이 많고 반복되는 일들이다. 그는 반복되는 일상에도 지치지 않고, 사소한 행복 안에서 보람을 느낀다. 보통 염소는 새끼를 2마리 정도 낳는데 가끔 3~4마리를 낳게 되면 물릴 젖이 없어서 1~2마리는 죽게 되는데, 아침에 일어나 축사에 가봤을 때 3~4마리 새끼들이 모두 살아서 뛰어다니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고, 눈 쌓인 겨울 아침 농장으로 들어오는 다리에 쌓인 눈을 쓸면서도 행복하다는 김학덕 씨. 자식이 외국에 산 지 10여 년이 되어가는데 흑염소들 돌보느라 가보지도 못하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고 한다. 


올해 70세가 된 그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귀농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농촌에 들어오려면 무조건 젊어서 들어 와야 해요 . 시행착오가 있다고 해도 기간이 많이 있으니까. 시행착오 없는 일은 없어요 . 농촌에 와서 보면 농촌의 발전, 농촌에 대한 기대 등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사람들이 온다면 더 발전할 수 있을 거예요 . 어느 마을로 들어갈지, 어느 품목을 해야 할지 정하고 와야 해요 . 품목을 정하지 않으면 고생만 할 거예요 . 많은 젊은 분들이 도시에서 스트레스만 받고 힘들어하지 말고 농촌에 들어와서 힐링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 


농촌에서 절대 살지 않겠다던 아내는 전주에 있는 아파트를 전세주고 함께 지낸지 5년 .


“이제는 도시에서 살 수 없어요 .”  


라고 말하는 아내를 바라보며 김학덕 씨는 그 간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진다며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